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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 극락전을 지어보자 2007-12-15 14:24:17
金歷佛
※ 金歷佛 註 - 이 글은 2007년 12월에 일본인 c*********가 한일번역게시판에 올린 것입니다. 金歷佛은 이 글의 논지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쿄토(京都)나 나라(奈良)에 남아 있는 고건축(古建築)을 볼 때에, 제가 그것들을 감상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념비로서 즐기는 방법. 그 건물과 관련된 역사를 회상하는 것. 또 하나는 미술적으로 즐기는 방법. 그 건물의 외관이 지닌 기하학적·장식적인 형태의 미(美)를 맛보는 것. 나머지 하나가 공학적으로 즐기는 방법. 그 건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건물 주위나 내부를 돌아다니며 들보나 공포(栱包) 등의 부재(部材)를 관찰하여, 개개의 부재가 전체 중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위로부터의 힘을 받고 또 견뎌서 어떻게 아래로 전하고 있는지, 그러한 역학적인 작용의 선(線)을 이미지하여 그것을 건물에 겹쳐 봅니다. 그렇게 설계자의 사고(思考)의 자취를 더듬어 나갈 때, 구조상의 합리와 비합리가 두드러지게 눈에 비치게 됩니다.

나라시대의 일본 건축이나, 중세의 대불양식(大佛樣/다이부츠요)이나 순수한 선종양식(禪宗樣/젠슈요) 즉 대륙으로부터 직수입된 지 얼마 안 된 양식에는 그러한 공학적인 의미에서의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8세기 이후, 일본 건축은 구조를 밀폐된 공간에 감추도록 발전했기 때문에 그 구조를 직접 관찰하여 이해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한편, 한국의 건축은 일본과는 달리 그 구조는 건물의 미(美)의 일부로서 감상되는 역할이 주어져 왔습니다. 가구(架構)는 노출되어, 모든 부재가 구조상의 역할과 동시에 시각적인 미를 담당하여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일면 가구의 발전에 대한 제약으로서 작용했겠지만, 한국의 고건축 안에 들어와서 위를 올려다 볼 때, 거기에는 확실히 일본 건축이 잃어버린 미(美)가 있습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만, 그러한 차제에 한국 건축의 구조를 조금 소개하고 싶습니다. 물론 실제로 가 보고 잘 관찰하면 스스로 이해되기 때문에 구조미(構造美)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만, 그러한 시점을 의식하여 건물을 보게 된다면 기쁩니다.




그런 연유로, 한국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인 봉정사 극락전을 세워 보겠습니다.




맨 먼저 기둥을 세웁니다. 정면 방향으로 4개, 측면 방향으로 5개, 기둥 사이의 수를 세어서 "정면 3칸, 측면 4칸의 건물"이라고 기술됩니다. 개개의 기둥은 초석 위에 싣는 것만으로는 안정되게 자립할 수 없기 때문에, 기둥의 머리를 뚫어서 창방(昌枋: 일본명 카시라누키(頭貫))이라는 부재를 삽입하여 기둥을 연결해서 안정시킵니다. 내부 공간을 넓히기 위해 4개의 기둥을 생략합시다.




그림에서는 생략했습니다만, 한국 건축의 기둥에는 자주 엔타시스(entasis: 배흘림)가 주어집니다. 직선은 시야 중앙을 향해 굴곡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원통형 기둥은 그 착시에 의해 한가운데가 들어가 보입니다. 엔타시스는 이 착시를 보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주의 깊게 보면, 모퉁이의 기둥이 건물 중앙을 향해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착시에 의해 건물이 위로 팽창하여 불안정한 인상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 외측(外側)의 기둥을 안쪽을 향해 기울이는 '안쏠림'이라는 기법입니다. 이러한 기법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고대에 사라지고 동아시아에서는 한국만이 계승해 온 것입니다.

하나 더, 창방을 보면 약간 굴곡하여 양 끝이 위로 휘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귀솟음'이라고 불리는 기법으로, 처마에 아름다운 곡선을 주기 위해 모퉁이의 기둥을 조금 높게 하는 것. 일본에서는 중세에 단절되었습니다.

이러한 형상의 미(美)에의 세세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한국 건축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둥 위의 구조입니다. 한국 건축의 대원칙은 지붕의 하중(荷重)을 우선 도리(道里: 일본명 케타(桁))라는 정면 방향의 수평재(水平材)로 받아서, 도리로부터 가구(架構)라 불리는 기둥 위의 구조를 거쳐 기둥에 하중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도리는 일정 간격으로 설치될 필요가 있으므로, 특히 기둥이 없는 건물의 내부와 외부에 도리를 놓을 지지대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가 가구의 과제가 됩니다.




공포(栱包: 일본명 쿠미모노(組物))를 기둥 위에 싣습니다. 기둥 위에 큰 상자형의 주두(柱頭: 일본명 다이토(大斗))를 두고 거기에 수평재인 첨차(檐遮: 일본명 히지키(肘木))를 끼워 넣어, 그 위에 거듭 작은 상자형의 소로(小櫨: 일본명 마스(斗))를 둡니다. 이 구조를 통틀어서 공포라고 부릅니다. 소로에서 받은 위의 하중을 첨차를 통해서 주두, 그리고 기둥으로 전하는 것으로서, 하중을 한 점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 공포가 닿지 않는 기둥과 기둥 사이의 하중을 커버하기 위해서, 창방 위에 화반(花盤: 일본명 카에루마타(蟇股))을 둡니다.






소로 위에 거듭 첨차를 두는 것으로써 기둥으로부터 보다 먼 하중을 떠받칠 수 있습니다. 첨차가 거듭되는 수에 따라서 1출목(出目: 일본명 테사키(手先)), 2출목, 3출목…이라고 부르는데, 큰 건물에서는 3출목 이상이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이 건물은 소규모이므로 2출목으로 가장 외측의 도리를 두기로 하겠습니다.

더욱 첨차를 늘려서 인접한 공포와 접속시킵니다. 공포 사이의 연결을 조밀하게 함으로써 기둥 위의 구조를 보다 강고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공포 위에 대들보(일본명 오바리(大梁))를 싣습니다. 대들보의 역할은 측면 방향으로 건물을 횡단하여 전후(前後)의 기둥을 연결해서 건물 내측(內側)의 지붕과 그것을 떠받치는 부재의 하중을 기둥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내부 4개의 기둥이 생략되고 있으므로 중앙 2개의 대들보는 길어집니다. 대들보를 너무 길게 하면 하중의 모멘트가 너무 커져서 휘어 버리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할 수 있는 기둥은 2개가 한계였던 것입니다.

또 앞에서 네번째 줄의 4개의 기둥 역시 첨차를 늘려서 연결합니다. 여기를 지지대로 하여 건물 내부의 하중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2출목까지 외측으로 늘린 공포의 팔 위에는 장혀라는 홀쭉한 부재를 싣습니다. 장혀는 도리를 두는 받침대입니다.




앞에서 두번째 줄의 기둥은 2개 생략되고 있습니다만, 네번째 줄과 같이 도리를 받치는 부재의 지지대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양단(兩端)의 공포의 첨차를 늘려서 접속하여, 내부에서는 대들보로 지탱하여 떠받치기로 하겠습니다.

네번째 줄의 기둥은 이미 일단(一段) 아래에서 첨차에 의해 연결되고 있으므로, 그 위에 공포를 둬서 두번째 줄과 높이를 가지런히 합니다.

또 대들보의 중앙에는 화반을 2개씩 설치하여, 건물 중앙의 하중을 받는 상부 구조의 지지대로 합니다.

첫번째 줄·다섯번째 줄의 주근(柱筋) 위에는 도리를 싣기 위하여 장혀를 둡니다. 




건물을 전후(前後)로 횡단하는 대들보, 그것을 일단(一段) 위에서 교차하는 두번째 줄 주근의 첨차.




그리고 그 첨차는 쭉 뻗어서 이런 곳에서 얼굴을 내미는 것입니다.




두번째 줄·네번째 줄의 주근에는 지금까지 만든 지지대 위에 도리 받침을 둡니다. 이로써 적절한 높이에 도리를 설치할 지지대가 완성되었습니다.

중앙부의 화반 위에는 공포를 짜서 첨차를 도리 받침에 삽입하여 인접한 주근과의 연결을 확보합니다. 이 공포 위에 중종보(中宗樑)라는 작은 들보를 두고, 거듭 중종보의 중앙에 화반을 두는 것으로써, 간신히 세번째 줄 주근의 도리를 받치는 지지대가 생겼습니다.(중앙의 도리 바로 아래에 놓여지는 화반은 특히 대공(臺工)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중(二重)의 들보 위에 실어서 지탱하는 구조는 역시 불안정하므로, 중앙의 도리에는 너무 많은 하중을 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중종보의 양단(兩端), 화반 위의 공포를 또 1단(段) 쌓고, 이것을 지지대로 하여 2.5번째 줄, 세번째 줄에도 도리를 두기로 하겠습니다.




불상은 넘어가고 천정을 올려다 보면 이중(二重) 들보, 조금!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써 주근의 앞부터 세어서 두번째 줄, 2.5번째 줄, 3.5번째 줄, 네번째 줄에 도리를 둘 지지대가 완성. 세번째 줄도 도리 받침으로 양단(兩端)의 기둥과 내부의 대공을 연결하여 지지대를 완성시키고, 모든 지지대에 장혀를 둡니다. 이제 9개의 도리 모두를 설치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두번째 줄에서 네번째 줄 주근까지의 5개의 도리를 떠받치는 구조를 확인해 주세요. 좌우 어느 쪽이 정면·뒷면일지도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ㅋ




그러므로 도리를 놓습니다. 외측부터 순서대로 출목(出目) 도리, 주심(柱心) 도리, 중(中) 도리, 중상(中上) 도리, 그리고 중앙이 종(宗) 도리.

솟을이라고 불리는 곡선형 부재를 더하여 도리 사이를 연결해서 도리를 고정하고, 하중을 비스듬히 아래 방향으로 분산시킵니다.




밖으로 나와서 측면에서 보면, 가구가 그대로 외벽의 의장(意匠)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맞배지붕(일본명 키리즈마야네(切妻屋根))만이 가진 재미.




그 후 도리 위에 서까래(일본명 타루키(垂木))를 걸치고 서까래 위를 판(板) 등으로 가려서 그 위에 흙과 하지(下地)를 포갠 후, 기와를 올리면 지붕은 완성.




이상으로 봉정사 극락전의 완성입니다. 만세.




봉정사 극락전은 하나의 예입니다만, 매우 전통적인 형식으로 지어지고 있으므로 여기에서의 각 부재가 가지고 있는 역할을 알아 두면 다른 한국 건축을 봐도 전체의 구조를 이미지 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에 가서 고건축을 볼 기회가 있으면, 이런 감상에 의해서 한국 건축이 지니고 있는 구조의 미(美)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 기쁩니다.


 s******** - 참 잘했어요. 전통 건축 관련 계통 일을 하나?

 c********* - 취미로…(^^;) 한국 건축 매니아 ㅋ

 s******** - 취미라고 말하기엔 각부의 명칭도 세세하게 알고 건축 관련 계통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보통의 한국인 보다 더 큰 관심이다. 한국인으로써 부끄러운..

 n******** - 그런데 직접 가본 것인가? 사진으로만 봐서는 봉정사의 맛을 느낄 수 없다. 내 고향이 그 근처이기 때문에..

 c********* - 아직 간 적 없습니다. 그렇지만 봉정사는 안동과 함께 제일 지금 가고 싶은 곳! 봉정사는 주위의 풍경도 어우러져 분위기가 좋을 것 같은 절이지요~. 나의 친구인 한국인도 강력하게 권하고 있었다.

 n******** - 봉정사와 부석사를 함께 돌아보면 좋다. 멀지 않다. 나의 고향은 안동.

 c********* - 좋은 곳이다…하회마을 한 번 가 보고 싶다

 f******* - 나는 건축에는 별로 자세하지 않지만, 확실히 오래된 건축물을 볼 때에, 이것은 어떻게 만들었을 것이다 라고 상상하면서 보는 것은 재미있지요.

 o********** - 흥미롭게 배견했습니다. 역작이군요.

 s****** - 우와! 어딘가의 프로인 분입니까. ㅋㅋ 공부가 됩니다.

 c*********** - 프로그램이 더 신기하다. 저런거 하는것도 있구나.
 
 c********* - adobe illustrator를 사용했습니다. 즉 철두철미 2D입니다. ㅋ

 w********* - Sketch up으로 해보세요... 주심포나 다포를 좋아하시나봐요. 단촐한 익공이나 초익공은 아실려나? 그리고 조선 이후로는 주심포 다포를 찾기가 힘들어 집니다. 유교의 영향이겠죠. 아무튼 한국의 전통 건축에 관심이 많다기에 반갑구요, 건축공학과 학생인 저도 반성해야겠는 걸요. 혹씨 모르시는 거 있으면 쪽지라도 보내시면 자료를 보내드리죠^^

 c********* - 실은 다포보다 주심포, 주심포보다 익공을 좋아합니다. 익공 자체의 역학적인 효과나 이점은 잘 모릅니다만, 익공식 건물은 장식에 억제가 나타나 있고, 전체에 구조미와 품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종묘 정전은 한국 건축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만, 실로 취미가 좋습니다. 사당 건축에 있기 십상인 장식의 폭주를 강하게 억제하고 있는 미의식이 실로 좋습니다.

 p***** - 훌륭한 글이군요! 추천했어요! 소문으로 듣는 이 게시판의 일본인과 한국인은 신경쓰지 말고, 앞으로도 전통 건축의 스레드를 부탁합니다! 아마 일부이겠지만, 보통 일본인과 한국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c********** - 역작. 추천! …그렇지만, 카타카나로 된 한국의 용어를 뒤쫓는 것은 대단했던 nida.

 c********* - 카타카나로 한국어 원음을 옮긴 것은… 실제로 한국어 자료를 읽을 때에는 이런 느낌이니까…. 원래 한자로 된 용어가 주류였습니다만, 현재는 고유어로의 치환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고유어와 한자어가 혼잡하여 꽤 까다롭게 되어 있습니다. 그 까다로움도 공유해 주기를 바라고. ㅋ
 
 c********** - 그렇군요 ㅋ. 사진에서 기와가 방사상(放射狀)으로 배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지 원근이 붙어서 그런 것일뿐, 서까래가 평행한 맞배지붕이었군요?

 c********* - 예, 역시 맞배지붕은 한국에서도 평행 서까래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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